레고랜드 시절의 과거 제품들은 이미 단종된지 한참이므로 해외 루트나 국내 개인 소장물을 통해 구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신품은 프리미엄이 많이 붙어 있는 까닭에 저는 모으고 즐기는 입장에서 중고품을 선호하는데요, 중고구매시 한가지 고집이 있다면 박스가 온전히 보존되어있는 것을 까다롭게 가리는 편입니다.
박스없는 레고는 구하기 쉬우나 박스만 따로 구하긴 쉽지 않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이고, 무엇보다 오랜 세월 동안 박스가 잘 보존되어있다는 것은 전주인이 레고를 험하게 다루지 않고 잘 보관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지표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99% 이상은 AFoL & Collector 란 뜻이니까요. 또한 레고는 완제품이 아닌 조립식 장난감이니까 아무래도 오리지널 박스를 잘 활용한다면 분실의 걱정을 덜할 수 있죠. 이러한 연유로 그동안 레고를 제법 모아오면서 박스에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게 됐는데 당시의 박스들을 가만보면 특기할만한 디테일들이 몇가지 눈에 띕니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죠.
아래는 1978년 우주시리즈 모델인 918 Space Transport 입니다. 과거 이 시절의 소형제품들이 대개 그러하였듯 서랍식 포장형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요 안쪽박스를 겉박스에서 빼어 뒤집으면?
귀엽게도 간이 우주선 이착륙장이 짜잔 등장합니다. 단지 줄 몇 개 그은 것 뿐이지만 소형 박스의 깜짝 변신이 참 재치넘치고 성의있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안쪽 박스가 내용물을 담는 목적 이외에 이렇게 디스플레이에 활용될 수 있게끔 한 아이디어는 이전 시대의 하비셋 시리즈에서 먼저 시도된 것입니다. 아래는 1975년 제품인 391 [1926 Renault] 입니다. 예전에 포스팅한 롤스로이스 역시 그러하였듯 속박스를 뒤집으면 이렇게 훌륭한 전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926년식 르노 클래식 카임을 알려주는 문구가 모델의 중후한 격조를 한층 높여주는군요.
동시대의 또다른 모델입니다. 내부 스티로폼 박스 밑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설명서가 오롯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홈이 살짝 파져있습니다. 즉 여기에 조립설명서를 깔아두면 구김이나 분실의 위험없이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창작을 위한 벌크용도가 아닌 이상 조립식 완구는 바늘따라 실가듯 제짝 설명서가 꼭 필요하지요. 잃어버리지 말고 고이고이 아껴보라는 차원에서 사용자를 배려한 아이디어가 아닌가 합니다.

포장신공에도 장인정신이 배어있던 시절이라면 다소 과장된 표현일까요? 요즘의 (made in 짜장)스러운 원가절감 패키지 따위하곤 비교가 안되겠죠. 한가지 확실한 건, 아래 사진에서처럼 저런 권장문구가 대놓고 적혀있는 것만 봐도 당시의 박스는 단순한 포장용 종이껍데기를 의미한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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