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8 studs

PRINT “Hello, Lego!”

점방아재 2022. 1. 19. 11:29


 

 

지난 번 545 포스팅을 올린 후 3일 만에 딱 도착했다. 품명 530 BASIC building set. 1985년에 발매되었고 같은 +5 시리즈지만 545 보다는 아담한 배기량이다. 흡사 BMW 의 네이밍을 보는 것 같다. 예전엔 이런 국제우편을 받으면 셀러의 주소를 구글 지도에 좌표로 찍어보고 그랬는데 지금은 구차니즘에 내다 버리기 바쁘다. 여보 재활용 다녀올게

막상 받아보고 나니 37년이란 세월이 무색하게 보존 상태가 아트다. 씰의 접착 상태는 바짝 건조시킨 육포 같은 게 실로 오랜만에 만나보는 진또배기 Mint 컨디션이다. 와이프는 지금 막 마트에서 사갖고 왔다고 해도 믿을 정도단다.

혹시나 상태가 비실비실 했으면 아들내미 선물이고 뭐고 확 뜯어버렸을텐디 이정도 급수쯤 되니 내적 갈등을 할 이유가 없어졌다. 한 4~5년 더 묵혔다가 나중에 뜯어서 함께 맨들어 볼 생각. 집앞 하나로마트에서 사왔다고 하면 믿어줄라나(...)

굳이 당장 못 만들더라도 우린 또 청진기 대면 바로 진단 나오니까... 박스만 슥 훑어도 차트 정돈 충분히 쓸 수 있지.

박스는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게끔 오픈 플립으로 제작된 형태이고 곳곳에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빼곡 차 있다. 당시에는 이런 베이식 등급에서조차도 상당한 성의와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오바 몇 스푼 섞자면 저 땐 사소한 포장 신공에도 장인 정신이 깃든 시절이었다.

면면을 보아하니 풍차, 배, 비행기, 헬기, 주유소, 트럭 등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소재들은 아주 긴 세월 동안 레고가 사랑해 온 스테레오타입들이다. 만드는 방법도 고만고만해서 비교적 정형화된 당대 고유의 틀이 있다. 개중에서 2차원 형태의 동물이나 삐에로 같은 것들은 700/x 계 베이식 시리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매우 오래된 작법인데, 마치 어린 아이가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그려낸 듯한 묘사는 보편적인 3차원 구조의 레고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진을 조금 더 진행해 보자.

기본 원색의 단순함이야 뭐 두말하면 잔소리겠고 전반적으로 레고랜드류 피겨 스케일을 따르고 있다. 미니피겨도 소년, 소녀 둘이나 제공된다. 그러나 역시 5세 입문용 레고의 한계인지 디테일이 또렷하지 못하고 윤곽선은 계단 현상이 도드라지며 투박하다. 이것은 폭 2 studs 짜리의 직사각형 블록이 제법 눈에 띈다는 것만 봐도 대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 바로 이 맛이야 !!

오랜 시간 올드 레고들을 접하다보니 사실 1985년산 같은 제품들은 별다른 미동 없이 발에 치이는 느낌이었다.

1960~70년대 성골 빈티지로 가야지만 '아 이건 좀 연식이 됐네' 정도 였는데, 바야흐로 지금은 2022년이고 1980년대 중반의 시절이 어느덧 40년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제 이런 것들도 족보가 많이 곰삭았다고 봐야겠다.

세월 참 빠르다. 당장 주변 친구들을 보더라도 술 마신 다음날 회복이 예전 같지 않다, 검진 받았더니 뭐가 나왔다더라는 말이 여기저기 들려오기 시작했다(...) 나만 스타틴 먹는 게 아니었어

총평 : 레고의 BASIC도 Beginner's All-purpose Symbolic Instruction Code 로 읽어주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다.

         만들기 쉽고 간단 !

         기본기의 정수란 바로 이런 것 !